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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책읽기

여름 휴가 – 진짜 바다 말고 고전의 바다로 빠져볼까

제목을 뽑아 놓고도 참 진부합니다만ㅎㅎ  전 올여름 휴가는 코로나와 아이 기말고사로 진즉에 포기하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대신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제가 좋아하는 독서와 영화 보기나 맘껏 즐겨야죠~ 취향이 좀 잡다한 편이지만 소설은 거의 추리 소설 아니면 SF 물만 읽는 편이라 여름 휴가때는 늘 재미있는 추리 소설을 모아서 보는 시기였는데요, 올해는 다른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50이 되던 해에 친정 언니가 이제 너도 50이 되었으니 톨스토이를 읽어야지…” 했던 말이 왠지 숙제처럼 머리에 남아 심사숙고 끝에 <안나 카레리나> 를 골랐습니다. 이유는 예전 소피마르소 주연의 영화를 보기도 했거니와 고전을 추천하는 책에는 안나 카레리나가 자주 나와서 그 이유를 알고 싶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무인도에 가지고 갈 책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아는 지인이 안나 카레리나 상/하권을 사서 재미있게 다 읽었는데 알고 보니 상과 하 사이에 중권이 있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는ㅎㅎㅎ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빌리면서 몇 권짜리인지 다시 확인 했습니다. 저는 800쪽짜리 2권을 빌렸으니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추리소설처럼 술술 읽힐는지요~~

 여튼 고전의 길은 쉽지 않기에 친절한 가이드가 있다면 좀 더 쉽게 첫 발을 내디딜 겁니다. 왜 고전을 읽어야 하나.. 고전의 쓰임새는 무엇인가 하는 것보다는 서평 위주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1) 책은 도끼다 / 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 북하우스)

사장님~ 새 책좀 내주세요~^^

이미 나온 지 10년 가까이 되어서 너무 유명한 책이죠.. 광고인 박웅현님의 책으로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보셨을 겁니다. 인문학 강연 내용을 옮긴 거라 구어체로 되어 있어 술술 읽기도 좋고요, 언급하시는 책들도 오스카 와일드 / 쇼펜하우어 / 살만 루슈디 / 볼테르 등 너무 뻔한 책이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한 때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책을 왕창 갖다 버렸을 때도 살아남은(?) 책 들이라 애착도 가고요, 가끔 한 번씩 들춰보면 똑똑하고 자상한 오빠가 인생이란 말이다…. 하며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고전 읽기와 독서의 의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그나저나 사장님이 되셔서 너무 바쁘신가.. 지금쯤이면 새 책 한 권 내실 때도 된 것 같은데요~ ㅎㅎ 

 

2) 열한 계단 (채사장 / 웨일북)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들, 그로 인해 성장한 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일약 출판계와 팟캐스트계에서 스타가 되신 채사장님의 수줍은 자기 성장기입니다. 이미 지대폐인 이라면 너무 익숙한 <티벳 사자의 서>와 <우파니샤드> 이지만 솔직히 이전에 다른 어디서도 이런 책을 추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아마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아주 신선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넓고 얕은 지식을 쓴 채사장 답게 문학 / 종교 / 과학 / 철학 / 정치 / 깨달음 등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요, 일반 나열식이 아닌 본인의 성장에 따라 나온 책들이라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지대넓얕을 안 들으셨더라도 좀 신선한 고전(어폐가 있네요ㅎㅎ)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채사장이 늘 하던 말 나를 불편하게 하는 책을 읽으라고 했는데 결국은 위의 책은 도끼다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 겠네요..

 

3)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김용석 / 멘토르)

웃으면서 친해지는 고전.. 안읽으면 또 어떻겠습니까 ㅎㅎ

딴지일보에서 너부리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편집장 김용석 님의 책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딴지일보? 난 그딴 건 안 읽어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런 편견을 살짝 내려놓고 책 자체만 놓고 보신다면 고전에 대한 문턱을 낮추다 못해 사포로 밀어버린? ㅎㅎㅎ 수준으로 웃으면서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목은 읽은 척하는 매뉴얼이지만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고전을 읽은 척 할 수는 없다는 게 함정입니다만.. 고전을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저자의 유연함과 재치에 감탄을 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 책은 당연히도 사람들이 흔히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 이방인 / 죄와 벌 / 데미안 / 그리스인 조르바 – 인데요, 본인이 읽으신 책이 있다면 이 사람은 같은 책을 이런 관점으로 읽었구나신박하다하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괜히 이 책을 읽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읽어 볼까? 하는 오만한 생각을 들게 하는 책입니다.

 

4)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이수은 / 스윙밴드)

어때? 한 번 덤벼볼텨? 라고 말하는 듯한 표지

    제가 몇 번 언급한 김태훈의 클래식 클라우드를 통해 알게 된 책입니다. 스윙밴드 출판사의 편집자이신 이수은 님이 저자신데요, 처음에는 초보자를 위한 고전 노트로 제목을 짓고 싶었으나 원고를 본 친구가 초보자는 이런 책들을 안 본다는 얘기에 제목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맞는 말이지요 ㅎㅎㅎ

그런데 편집자시면 책 표지를 좀 더 팬시 하게 만들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정말 제목도 저런데 표지에서부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 무게감 갑 <율리시스> 커다란 벽과도 같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선정된 도서 하나하나 쉽지는 않지만 책 내용은 초보자를 위한 아주 친절한 책임에 틀림없습니다.방송에서 말씀하시는 것도 아주 재치 있었는데 책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고전 독서에 도움이 되는 시대적 배경, 작가에 대한 설명도 많아서 좋았습니다. 방송에서 김태훈 님이 이 책은 고전에 대한 커다란 각주라고 평해주셨는데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옆에 두시고 마음에 두는 고전을 골라 읽기 전후로 해당 파트를 읽으신다면 해당 작품을 보다 깊게 이해하실 거예요.

 

5) 지식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이시한 / 흐름출판)

도서관 담당자님~ 빨리 사주세요^^

이번 책은 제가 아직 읽기 않은 읽고 싶은 책입니다. 올해 7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으로 동네 도서관이 다시 열렸지만 아직 저 책이 들어오지는 않았네요. 최근 제가 구독하는 몇몇 북튜버들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는데 저자 이시한 님도 <시한TV>를 운영하시는 유튜버이자 교수 시라네요.사실 선정된 책들이 너무나 많이 알려진 책들만 나와서 도대체 왜 우리는 아직도 이기적 유전자와 총균쇠와 사피엔스를 논해야 하는가-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요, 선정된 책과 배열 순서가 인류사를 설명하는 순서로 정해진 거라고 하니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번에 나온 책이 1편이고 2편 성장하는 인간 3편 신이 된 인간까지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큰 그림으로 시작된 책인 듯합니다.도서관에 신청 도서를 넣어놨으니 빨리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