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보다 언젠가 쓰고 싶었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풀어볼까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미니멀리즘 / 미니멀 라이프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유행이 되었지요.. 마치 간헐적 단식이 한참 유행 했던 것처럼 이제 나도 미니멀리스트야.. 라고 해야 뭔가 트렌디해 보이는 그런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 유행이 아니더라도 특히 우리 40-60 세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삶의 방식이라 그동안 저의 시행착오를 잠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뭐든 내다 버리고 만 싶은 단계
딱히 쇼핑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데 살림이 하나씩 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집 전체가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변하고 말지요… 살면서 이사라는 큰 이벤트가 있을 때면 우리 집에 저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많이 경험하셨을 겁니다. 멀쩡한 걸 왜 버리나.. 언젠가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끌어 안은 물건들이 어마어마 하지요.. 저도 몇 년 전 이사를 하게 되면서 많은 집을 보러 다녔는데요, 우리 집 짐도 많았지만 정말 엄창난 양의 물건에 점령당한 많은 집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했습니다. 그때 쯤 우연히 보게 된 동영상(EBS 하나뿐인 지구 / 물건다이어트) 으로 미니멀 라이프에 꽂혀서 결국 이사할 때는 결혼할 때 산 장롱까지 다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붙인 스티커 값만 10만 원이 넘었었죠. 미니멀라이프 카페에 가입을 해서 하루 하나 버리기 이런 것도 열심히 하면서 매일 눈에 불을 켜고 뭐 버릴 것 없나~~ 하던 시절을 한 1년 보낸 것 같습니다.
2. 미니멀 라이프 정체기
대부분 카페 같이 정갈하고 마음마저 안정되는 깨끗한 집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미니멀 라이프를 많이 시작하시고요, 필요 없는 물건 안사게 되고, 물건을 바로바로 찾을 수 있고, 청소 시간마저 줄어드는 마법을 경험하시게 되지요. 그런데 모든 것이 과하면 반대급부가 있듯이 저도 좀 정체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내다 버려도 우리 집이 카페처럼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고,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도 뭔가 더 깨끗하게 비워야 할 것 같고, 또 환경도 더 생각해야 할 것 같고,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뭐도 좀 사고 싶고…ㅎㅎㅎ 아무도 안시켰는데 스스로를 볶다가 혼자 지치는 상황이 된 거죠
3.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찾기
약간 게으름뱅이 미니멀리스트가 되었어도 늘 관심은 놓지 않아서 유튜브에 뜨는 깨끗한 집도 가끔씩 보고 도서관에서 새로운 책이 나오면 또 가끔씩 보면서 이제는 보이는 면만이 아니라 생활 방식의 변화에 좀 더 방점을 찍게 되었습니다. 관련 책들도 초기에는 깔끔한 집을 보여주는 것이 많았다면 요즘 나오는 책들은 확실히 본인의 성격에 맞게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쪽으로 많이 옮겨 갔습니다. 공간의 변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간소하게 먹기, 디지털 라이프 (이메일 / SNS / 유튜브), 인맥 정리 등을 통해 시간 절약, 돈 절약뿐만 아니라 자기 삶을 잘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목표를 서랍 하나쯤으로 작게 잡으시기를 권하겠지만 저는 나름 4년 차가 되면서 너무 보이는 데만 집중하면서 힘들게 사는 것보다는 제 생활 방식에 하나씩 맞추어 가게 되었습니다.
일단 중급? 미니멀리스트 입장에서 본 Tvn <신박한 정리> (본방 매주 월요일 10:30~ / 유튜브 클립도 빨리 올라옵니다)프로그램은 취지도 좋고, 방송도 나름 재미있게 잘 뽑은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에 정리에 대한 팁을 주는 것은 좋았지만 제목처럼 정리를 통해 확 바뀐 집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다 보니 집주인들이 외출하고 오면 마법처럼 짜잔 하고 바뀌는 방식은 좀 아쉽습니다. 방송이다 보니 정리하는 모든 부분은 다 못 보여주더라도 집주인이 하지 않고 전문가의 손으로 변화된 집은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따라 하기 힘든 넘사벽으로 보이고 마니까요… 전문가가 해놓은 결과물을 보고 팁이나 얻어가라… 고 말한다면 할 만은 없지만요..예전에도 한참 연예인들 집 고쳐주는 프로그램들 보면 결국 자기들끼리 좋은 일 하는 걸 난 시간 들여서 보고 있네~ 하는 삐뚤어진 생각이 자꾸 들었거든요~ ㅎㅎ
이번 양동근씨 편에서는 제가 유튜브 채널 구독중인 정리왕 썬더이대표님도 나왔는데요, 단순한 정리를 넘어 공간 재배치 등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여하튼 이런 프로그램을 계기로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환경과 머릿속을 좀 더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